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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동리목월백일장 <고등 산문 장원 수상작>
문학관  2013-04-28 13:58:46
고등산문
장원
동화고등학교 3학년
박해린

제목   휴대폰

   소윤이가 죽었다.   아파트 뒤뜰에서 교복을 입은 채로 소윤이가 발견된 그날, 경찰 두 세명이 아파트 뒤뜰로 찾아와서는 소윤이가 떨어진 장소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이것저것을 확인했다.   순식간에 그 주위로 벌떼같이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아파트 단지안이 한바탕 들썩였다.   검시를 시작한 지 채 2시간도 안되어 경찰은 자살로 사건을 마무리 짓겠다는 통보를 내리고 바로 떠나버렸다.   사람들은 모였던 것처럼 금새 흩어졌다.  그게 벌써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여전히 휴대폰에서는 알림 음이 계속 울려됐다.   우리1반 채팅창 에서는 여느 때와 같이 아이들의 메시지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역시나 소윤이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로 빼곡했다.  정말  그 소문이 사실 이었다느니, 왜 하필 교복을 입고 떨어져서는 학교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드냐느니 하는 가십과 불안, 불평어린 메시지만 반복적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끊임없이 울려대는 메시지 도착알림 소리에 나는 머리가 아파왔다.   나는 휴대폰을 꺼버렸다.
그렇게 조용히 알림 음만 울려대는 교실로 담임이 들어왔다.   담임은 수업시간에 휴대폰이 울리는 것을 극히 싫어해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아이들도 없었다.   소통 수단을 잃어버린 아이들은 고개를 숙이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평소보다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침묵이 내 온몸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 오늘은 김소윤의 장례식 때문에 학교가 일찍 끝나게 되었다.  집에서 옷 갈아입고 참석하도록 해라.“ 담임은 말을 마치고 급히 교실을 나갔다.   곧바로 여기저기서 휴대폰이 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둘 가방을 싸들고 교실을 나갔다.  나는 가만히 교실을 빠져 나가는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휴대폰을 켰다.   휴대폰이 켜짐과 동시에 메시지가 쏟아지듯 들어왔다.
‘김소윤 학생 장례식장 안내도입니다.’  ‘오늘 소윤이 장례식장 갈 거니?’
하나는 학교에서 온 문자였고 하나는 연희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였다.   나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그러겠다고 답했다.   연희는 곧장 답을 보내왔다.
‘ 난 안 갈래. 하필 이런 일이 일어날게 뭐니... 소윤이 한테는 미안하지만 사실 무섭단 말이야... .’ 나는 메시지 창을 닫고 소윤이의 장례식장 주소가 적힌 문자를 봤다.    ‘ 6시 o o 병원 - 장례식장 3층 12호실. ’  간결하게 적힌 문장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가방을 챙겨 교실 문을 나섰다.  사실 소윤이가 우리 반에서 따돌림을 받게 될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소윤이는 우리 반에서 언제나 유쾌하고 활발한 친구였다.   그 때 당시 나는 이 학교로 전학 온지 채 일주일도 되는 않은 상태였다.   딱히 말재주가 없어 아이들 사이 대화에 잘 끼지 못하던 나는 언제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떠들며 웃던 소윤이가 부러웠을 정도였다.
그런 소윤이가 아이들로부터 외면 당하기 시작한 것은 SNS 채팅방에서 소윤이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 했을때 였다.   소문의 시작은 짧고 간결했다.   ‘소윤이가 어떤 아저씨랑 외제 차 타고 가는 걸 봤대’
   소윤이는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소윤이는 그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히 아이들 앞에서 그 사실을 말하곤 했다.
나는 그런 소윤이의 모습에 감탄했다.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소윤이를 시기하고 깔보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 사이 아이들은 방구석 깊은 곳에서 은밀히 벽을 갉아먹는 -개미떼처럼 소윤이에 대한 사실을 캐내고 있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소윤이가 국가에서 지원하는 학비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아이들은 부유하지 않은 소윤이가 어떻게 국내에 몇 대 있지도 않은 외제차를 타고 간것인지, 또 소윤이를 외제차에 태우고 간 그 아저씨는 대체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만 날로 커져갔다.   아이들은 각자 자신들이 꾸며낸 이야기를 그럴듯한 사실로 만들어 갔다.  흥분에 휩싸인 아이들은 경제적으로 위축된 소윤이가 그 아저씨를 몰래 만나고 있는 것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소문은 소윤이가 모르는 사이 삽시간에 퍼졌다.   그렇게 소윤이는 아이들 사이에서 소외당하기 시작했다.  
   장례식이 치러지는 곳은 동네 근처 대학 병원이었다.   나는 선뜻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서성였다.   나는 유리문 너머로 식장 안을 쳐다보았다.  해맑게 웃는 소윤이의 영정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앞에서 몇몇 사람들이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절을 하고 있었다. 옆칸에는 나머지 사람들이 긴 식탁 앞에 앉아 식사를 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속에 반 친구들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문 손잡이를 잡고 한참을 망설였다.   손잡이를 잡은 손에서 땀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밀었다.   잠깐동안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갑자기 나에게 쏠린 수십 개의 시선에 민망해진 나는 입구 앞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멈춰 서버렸다.   어쩔 줄 몰라 하며 식장 안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사이 검은 정장을 입은 누군가가 나에게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담임이었다.  나는 재빨리 담임에게 다가갔다.   담임은 소윤이에게 인사하라며 나를 안내했다.   나는 쭈뼛거리며 소윤이의 영정사진 앞에 섰다.   사진 속의 소윤이는 깔끔하게 교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저 사진은 졸업앨범을 위해 찍어둔 사진이었다.   소윤이는 이 사진을 찍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웃었을까.   나는 차마 사진 속 소윤이의 웃는 얼굴을 마주보지 못하고 고개 숙여 절을 했다.  저녁 먹고 가라며 나를 식탁 앞에 앉힌 중년 여성은 조용히 자신이 소윤이의 엄마라고 소개했다.   소윤이 엄마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퉁퉁 부어 있었다.   서둘러 넘기려던 음식이 목구멍을 꽉 막아 숨이 턱 막혔다.   그녀는 계속해서 내 손을 잡고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연거푸 했다.   나는 겨우 물컵을 들어 물을 들이켜 음식을 목구멍 뒤로 넘겼다.
   장례식장을 빠져나오니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발뒤꿈치를 잡아 끌기라도 하는 듯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때 였다.   장례식장 주차장으로 자동차 불빛이 반짝거리며 어떤 차 한 대가 들어섰다.   그 차는 아이들이 소윤이를 태우고 갔다는 외제차와 똑같은 종류의 외제차였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자동차들 사이로 몸을 숨겼다.   외제차는 장례식장앞 빈 공간에 멈춰섰다.   곧이어 한 눈에 봐도 값비싸 보이는 정장을 멀끔히 차려 입은 중년의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나는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하는것을 느꼈다.   중년의 남자는 장례식장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장례식장 입구에는 소윤이의 엄마가 서서 그 남자를 반가운 얼굴로 맞이하고 있었다.   나는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머릿속에서는 자꾸만 채팅방의 메시지들이 끊임없이 스쳐지나갔다.   외제차, 소윤이, 중년의 남자, 소윤이... .  나는 왜, 아니 우리는 왜 소윤이에게 먼저 물어보려고 하지 않았을까. 한마디면, 단 한마디면 될 일이었다.   나는 부끄러움을 참을 수 없어 장례식장을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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