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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동리목월 추모백일장 - [일반] 산문
문학관  2006-05-15 17:02:06
부문: 일반 / 장르: 산문

장원 - 김미선



봄은 소리 내어 오지 않고 고단한 삶 언저리에서 냄새로 찾아 왔다.
꽃이 지고 피는 것을 손가락으로 헤아려 찾아 보던 것이 언제일까. 출근길 버스안 창문을 통과한 햇빛에 잔잔한 밥냄새가 난다. 봄은 느지막히 나에게 잦아 들어 두 눈을 비벼주었다. 이미 목련은 순수 뒤의 초췌함으로 사라지고 없다.
엄마는 항상 바다보다 산이 좋다는 말을 자주 하신다. 내 어릴 적 기억에도 남산에 올라 분수대를 거닐며 빵빠레를 훑어 먹던 프레임이 남아 있다.
사진사 아저씨가 남겨 주신 기념사진 속에는 앞니가 쏙 빠진 채 빙그레 웃고 있는 나와 수줍게 렌즈를 쳐다보는 남동생, 그리고 윤기 없는 얼굴로 두 남매를 와락 끌어 안은 엄마까지, 우리 셋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어릴 적 기억은 아버지의 부재중이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그 때는 어린 마음에 서러움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은 듯하다. 두 아이를 데리고 산을 오르며 목구멍으로 눈물을 삼키는.. 가난하지만 가족이 있었고 땅과 산, 그늘이 있었던 고향을 떠나 다시 가난을 되풀이하고 자식이란 짐까지 짊어진 젊은 여인의 심정이 지금 그 당시 나이와 똑같은 지표에 오르고 보니 눈가에 알알이 박혀 녹아 내린다. 심장이 터질 듯 땅만 보고 오르다가 발 밑 세상에 고함 치듯 숨을 뱉고 다시 아래로 내려간다. 엄마는 아마도 산에서 나는 풀냄새, 흙냄새를 잊지 않으려 고향의 그리움을 잊지 않으려 어린 우리를 데리고 남산을 다니신 듯 하다.
벌건 흙 속에 연두색 슈가 파우더를 켜켜이 뿌려 놓은 듯한 싹이 돋아오른다. 여전히 단내 나고 제자리걸음인 듯한 삶이라도 가족과 사진, 산의 푹신한 기운만 남아 있다면 그래도 다시 시.작.할수 있지 않을까.



차상 - 김은주      

-남산-

사방으로 팔을 뻗은 암솔 사이로 비스듬히 방자하게 누운 숫솔이 엉켜있다. 살 비비지도 못할 간격 사이로 봄날의 훈풍이 깨 춤을 춘다. 어디서 한줄금 동부새 울음 들린다. 앞 서 걷는 남편의 등에 봄 볕이 와 고인다. 귀 밑으로 넘어간 머리가 햇볕에 은색이다. 참 긴 시간 같이 걸어왔는데 이제사 불현듯 낯설어 뵈는 흰머리와 뒷모습, 앞서거니 뒷서거니 걷는 우리 사이를 바람이 갈라 놓을때도 있고 소나무 둥치가 가로막을 때도 있다. 사람 사는일이 내 마음과 상관없이 늘 파도치는 것이어서 가늠하지 못하다 옴팡 당하며 살기도 하는것이다. 앞서던 발길이 멈춰섰다.
분명 몸체는 있는데 그 너머의 세계는 허공이다. 눈길을 거두지 못하는 남편은 지그시 자신의 육신 한 쪽을 생각하는 듯하다. 아주 어려 놓쳐버린 어머니라는 육신 한 쪽, 목없는 불상 그뒤에 펄럭이는 허공을 보며 물살에 떠밀려 가버린 한조각을 찾는듯한 눈길이다. 계곡으로 내려서 막대기로 여기저기 뒤적여 본다.
필시 멀리 떠내려가지 않았을거라며 흙더미도 파본다. 어디에도 머리는 없다.
한번 어긋난 인연은 다시 만나기 어려운것 남은 육신이라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혹 다시 찾아 오려나 희미한 봄안개 만큼 그 기약은 멀어 보인다. 땀을 흘리며 남편의 하는냥을 지켜보던 나는 큰소리로 불러본다.
“당신 눈 앞에 있는 육신들이나 따뜻이 보듬어야지” 빙긋이 웃는다. 떠난 인연이 그리운것은 정한 이치겠지만 지금 꾸리고 있는 살붙이도 중하기는 마찬가지다.
되짚어 내려오는 길은 한결 수월하다. 남편 그리움의 두께도 이제 좀 옅어 지기를 기원해 본다. 산을 마악 넘어가는 햇살 한조각이 입술에 녹는다.



차상 - 김정자    

산(山)

여러 번 이사다닌 끝에 지금 사는 집은 가장 맘에 든다. 집이 좋거나 새 집이기 때문이 아니다. 집 가까운 곳에 산이 있다는 것이 그렇게 기쁘고 행복할 수 없다.
처음 이사하고 이른 아침 가까이 있는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험하지도 않고 오르기 좋은 경사에는 부지런한 손들이 밭을 일구어 온갖 푸성귀가 자라고 산중턱쯤 올랐을 때 아주 가는 대롱에서 나오는 약수를 만날 수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산에 가는 것이 하나의 즐거운 약속이 되었다. 배낭에 병을 챙겨 넣고 산에 오르다가 때로는 연재색에 분홍띠를 두른 고운 산비둘기를 만난다.
비둘기는 한가롭게 거닐다가 내가 가까이 가면 놀라 날아간다.
“너 잡을 마음 없는데 왜 날아가니” 내 서운한 맘을 비둘기가 알까. 낮은 산인데도 ‘푸드덕’ 장끼 까투리가 ‘컹컹’울며 날아간다. 그 모습 또한 반갑다. 초등학생때 책보따리를 메고 산을 미끄럼타며 내려오다 본 모습을 오랜만에 만나니 흡사 옛고향을 찾아온 듯 마음을 흔든다. 부지런히 일어나 일찍 나섰을 때는 해가 아직 산을 물들이지 않아 칙칙한 빛깔이다. 내가 약수를 받는 동안 햇살은 산봉우리에 내려앉아 서서히 아래로 내려온다. 가만히 햇살내리는 산을 지켜보노라면 햇살은 차츰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며 온 산을 조금씩 분홍빛으로 칠한다.
그 시각만치 경건한 시간이 있을까. ‘얘들아, 눈 뜨고 일어나라’ 부드럽게 속삭이 듯 나뭇잎이며 풀잎을 어루만지고 비로소 온 산은 눈뜬다. 물을 지고 내려오는 발걸음은 오를 때보다 더 가볍다. 산의 정기로 충전되었기 때문이리라. 산은 맑은 바람 깨끗한 물을 아낌없이 주기만한다. 그 품은 그윽하고 넓다.  그가 듬직한 가슴으로 항시 그 곳에서 말없이 반겨주기에 늘 가까이 간다. 단 한 번이라도 격한 꾸지람이나 괴롬을 주지않는다. 산은 분명 남성일 것이다. 그윽하고 묵묵한 모습까지도 무던한 남정네다. 산악인은 ‘산이 그 곳에 있으니까 오른다’던가. 「‘위안’과 편안함을 주기에 부르 듯 달려간다.」고 나는 말하고싶다. 요즘은 아직 잎이 되지않은 나무 사이
로 노란 산수유꽃이 유화처럼 화사하다. 「산에 오르려고 한 사람만이 산에 오른다」고 어떤 졸업식 축사에서 들은 말을 떠올리며 산이 주는 교훈과 축복을 담뿍 받기 위해 나는 오늘도 산과 친하기를 게을리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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