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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동리목월백일장 입상작 <대학.일반/산문>
문학관  2010-10-08 14:35:10
<대학.일반/산문>  

장원-경주시 안강읍  최영희

시계

때론 시간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에게 소곤소곤 다가와 시계가 되어주는 세딸아이들이 있다. 바쁜 저녁을 보내고 곤하게 잠든 날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게 쉽지가 않다. 먼저 잠이 깬 아이들은 혹시나 엄마가 곤한 잠을 깰까봐 발끝을 올리고 저희들끼리의 이야기소리도 톤을 낮추어 속닥속닥거리며 말한다. 희한하게도 그때는 잠이 확 달아나고 시계를 보지 않아도 아침식사 시간이 다되어감을 깨닫는다. 아이들이 학교로 간 시간 시계는 나를 향해 나만의 시간을 가져라는 듯이 째깍째깍 초침을 부지런히 움직인다. 일부러 시계를 등뒤로 한 채로 하루를 분주히 주워담고 채워본다. 그러고나면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하나 둘 시계속의 시간처럼 돌아온다. 가끔은 맞지않는 시계처럼 서로의 마음이 달라 언잖은 말로 화를 내기도 하지만 이내 엄마와 딸은 마음을 다독거리며 같은 시간안으로 들어와 안긴다. 일초 일분이 모여 시간을 이루는 시계안에는 하루하루를 살갑게 부딪히는 소리없는 삶의 그림자가 얹혀있는 것 같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큰아이의 나보다 큰키 앞에선 세월의 시계를 새삼 깨닫는다. 그시간이 헛되지 않은 아름다운 날이었음을 딸아이는 함박웃음으로 대신해보였다. 참으로 빨리 흐르는 현대의 시간을 이끌어가는 시계도 때론 쉬고 싶을때가 있지 않을까? 나와 아이들이 잠시 멈추고픈 아쉬운날이 있듯이 말이다. 커가는 세딸아이들은 하고 싶은 꿈도 서로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나의 시계안에서 작은 꿈을 일궈나가는 희망의 꽃밭들이다. 이꽃밭은 무럭무럭 자라서 내인생의 행복한 빛을 감싸주는 행복의 시계가 될 것 이다.


차상-경주시 황성동  이재순

시계

기억의 끈 한조각을 잡고 그 끈을 따라 천천히 시간을 거슬러 가다 보면 이십대 어디쯤에서 길을 잃은 미아처럼 가슴이 막막해진다. 다시 집중하고 떠올리려 해도 이번엔 가위로 끈을 잘라낸 것처럼 그 속에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 내 무의식 어디에선가 당시를 떠올리기를 거부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밤에는 아무래도 잠들기 힘들어진다. 애꿎은 남편의 편안한 숨소리도 듣기가 괴롭다. 눈을 휙 흘겨주고는 다시 눈을 감아 보지만 시계의 초침소리가 내 귀엔 커다란 종소리처럼 크게 들린다. 이십대 초반의 어느 가을. 우리집은 마치 전쟁터처럼 어수선하다. 여기저기 흩어진 가재도구들 보지 못했던 흉물스런 빨간 딱지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엄마가 아끼던 TV에도, 새로사서 좋아하던 언니의 윤나는 새 책상에도, 반들반들 빛나게 닦아 놓은 동생의 피아노 위에도 내 옷장 위에도 빨간 색 괴물은 또아리 튼 뱀처럼 자리 잡고 있다. 악을 쓰며 울던 엄마는 지쳐서 털썩 주저 않은 채 소리도 되지 못하는 알수 없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산발을 하고 퀭하게 비어버린 눈을한 엄마 곁에 차마 갈 수 없는 동생이 내 옷자락만 만지작거리며 겁 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가족에게도 어느 누구에게도 호기롭게 큰 소리치시던 적당히 잘 생긴 모습의 아버지 얼굴은 무책임한 빚 보증을 떠안은 순간부터 무표정과 막막함과 미안함으로 인해 텅 비어 버렸다. 그 날 이후 우리집에는 시계가 멈춰 버렸다. 행복의 시간을 주던 시계도 멈추고 미래로 달려 가던 시계도 멈춘 채 그저 견뎌야하는 인내의 시계만이 똑딱똑딱 흘러가고 있다. 그렇게 그 시간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하긴 어렵다. 분명 너무나 힘들었을 고통스런 기억, 서로를 향해 내 뱉던 불평의 말들, 짐처럼 느껴졌던 가족이란 존재들...... 그렇게 의식 저 멀리에 내 팽겨쳐두었던 시간들이 조금씩 온기를 더 해 이젠 우리 가족들도 나름은 자리를 잡고 자기 시간들을 충실히 채워나가고 있다. 아직은 상처가 싶어 아물지 못했던 기억들도 조만간 새 살이 나도록 끄집어 내 주어야 할 것 같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더 단단히 영글 내 자신을 위해 그 시간들을 열어보는 용기를 내야겠다.


차하-경주시 충효동  장영은

시계

바람이 차다. 사위스런 바람만 핑계댈게 아니라 마음도 차다. 할머니께서는 벌써 며칠째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하신다. 그토록 한평생을 정정하게 사셨는데 누워지내는 걸 보니 마음이 아프다. 조카의 돌잔치를 하고 경주로 돌아오기 전 인사드리러 할머니 방에 들어갔다. 이제는 앞도 보이지 않는지 누구냐고 물어보셨다. 말씀을 또박또박 하시는게 기운은 있어보였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고 돌아왔지만 몇 시간 뒤 바로 전화가 왔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친정에 도착하니 할머니는 벌써 안계셨다. 주인 없는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한쪽에는 장이 있고 할머니가 쓰시던 재봉틀과 벽에는 작은 방에 어울리지 않게 괘종시계가 걸려있었다. 한평생을 함께 해 온 물건들도 할머니가 안계신 걸 아는지 측은하게 있었다. 내가 도착했을때가 오전 아홉시는 넘었는데 시계는 일곱시 삼십분에 멈춰있었다. 이상했다. 분명 어젯밤 할머니께 인사드리러 갔을때도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할머니가 아마 이 세상 마지막 인사를 하신게 이 시간이 아닐까 그럼 할머니의 삶과 이 시계의 생은 같이 멈추었단 말인가? 참 희안한 일이다. 괘종시계를 열어보았다. 녹슨 문은 쉰 소리를 낸다. 예전의 여인네들의 삶이 누구나 그렇듯 억울해도 참고 울고싶어도 속울음을 울어야 했다. 녹슨 문의 소리는 마치 속울음을 우는 여인처럼 가늘게 들렸다 그쳤다 한다. 문을 닫고 멍하니 시계를 바라보다 문득 나비경첩이 달려있는걸 보았다. 철로 만들어진 나비였지만 날아갈 수 없는 것이 할머니의 삶을 많이 닮아 있었다. 무쇠못이 탕탕 박힌 강철 나비의 고통이 어느 누구의 고통과 비교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할머니와 강철 나비의 세월이 내 어깨위에 더께처럼 내려 앉았다. 딸이기에 아들처럼 공부할 수 없었다는 것, 여자이기에 시집가서 그저 남편의 시중만 들어야 했다는 것 등 할머니가 독백처럼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났다. 갑오개혁이 있던 해에 태어났으나 개혁과는 먼 삶을 사셨다. 할머니의 꿈은 무쇠못이 탕탕 박힌 나비 경첩처럼 날아가지 못한 체 소리 없이 인내하며 사셨다. 여자라면 그저 남자들이 하는 일에 뒤에서 묵묵히 있어 줘야 하는게 여염집 부녀자들의 일인양 생각하셨다. 할머니는 시대의 가치관에 갇혀 사셨지만 나에게 만큼은 그렇게 살지 말라고 늘 당부하셨다. 다시 괘종시계를 본다. 문에 있는 나비 경첩을 본다. 시계는 비록 멈추었지만 나비는 반짝반짝 빛이 난다. 아마도 할머니가 가신 그곳에서는 꿈과 소망을 다 이루어 내게 메시지를 보내는 듯하다. 할머니의 이 세상에서의 삶은 멈춰진 시계처럼 이제는 돌아가지 않지만 저 세상에서의 삶은 빛나는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리라 믿는다. 시계는 멈추었다. 내게 보여준 할머니의 삶도 멈추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후손인 내가 이 세상에서 있는 한 할머니의 영혼은 멈추지 않고 우리 속에 계속 남아있을게다. 시계는 속울음을 삼키며 계속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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