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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동리목월백일장 입상작 <대학.일반/산문>
문학관  2009-04-30 10:16:25
장원-경주시 황성동  전옥선



나는 흙이다
화단의 흙을 본다. 화단에는 흙이 가장 많지만 언뜻 눈에 띄는 것은 흙보다 나무들이다.
예전에 할머니와 엄마도 흙이었다. 어느날 저녁을 먹던 중에 밥상이 마당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아버지가 던진 밥상에서 쏟긴 음식들과 깨진 그릇들을 군소리 없이 치우기만 했다. 그때 나는 엄마가 미웠다. 아버지의 이해 안 되는 화를 왜 다 받아주는지.
할머니도 엄마와 다르지 않았다. 처 없이 혼자 사는 아버지가 불쌍한 아들이라고 생각해서인지 그 짜증을 한 번도 밀어내지 않았다. 아들의 말들로 인해 아픈 속을 안으로 묻으며 다지고 또 다지기만 했다. 그러면서도 늘 일은 더 힘들게 하는 흙이었다.
나도 흙이 되고 싶다. 흙의 짝은 씨가 아니라 빗물과 햇빛이었다. 남편의 출세와 아이들의 성공의 씨만 바라는 흙이 아니라, 남편의 빗물과 아이의 햇빛의 존재만으로 행복한 흙이 되고 싶다. 흙은 좋은 나무와 꽃을 피우게도 하지만 잡초를 자라게도 할 수도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 비옥한 옥토가 되기 위해 흙 스스로도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어떨 때는 물을 다 흡수하는 황토흙이 되었다가, 고슬고슬한 모래도 되었다가, 내 속에 온갖 생명을 다 품고 있는 밭흙도 되었다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흙이 되리라.
흙에게도 아픔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홍수가 나서, 적당히 와야 할 빗물이 사태가 져서 떠내려 갈 수도 있고, 오염된 것과 만나 몸이 상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흙이 아니던가. 작은 씨를 심으면 물과 햇빛으로 반죽해서 움을 틔우는 흙,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는 나무와 꽃을 피게 하는 흙.
5月이 가까운 화단은 녹음의 나무들로 푸르다. 나도 내 몸인 흙보다 남편의 나무와 아이들의 꽃을 세상의 화분에 알리는 푸근한 흙이 되리라 다짐한다.



차상-경주시 황성동  진효희



일요일 아침, 열려 있는 문틈 사이로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이시는 아빠의 모습이 보인다.
이런 때 잠귀라도 어두웠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괜히 아버지께 투정을 부린다. "아빠! 일요일 아침엔 늦잠 좀 자면 안 돼?" 짜증 섞인 말투로 말해 보지만 아버지는 묵묵부답으로 열심히 화분만 옥상으로 옮기실 뿐이다.
며칠 전, 시골에서 한가득 흙을 퍼오시더니 오늘 바로 분갈이를 할 작정인가 보다. 봄이라 하더라도 아직은 아침공기가 싸늘하다. 외투를 걸치고 몇 년 전 성년의 날 선물로 받은 산세베리아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어릴 적 아빠와 함께 좋은 흙을 담으로 갔던 기억이 있다. 꽃들은 왜 철철이 분갈이를 해줘야 하며 어째서 다 같은 흙이 다르게 보이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스무살이 훌쩍 넘어 어느새 사회인이 되어 버린 지금, 식물이 단순히 물과 좋은 거름만으로 자랄 수는 없다는 이치를 알아가고 있다.
사람도 그러하다. 애초에 씨앗에서부터 시작되는 꽃도 좋은 흙으로 시작해야만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듯, 사람에게 있어서 부모란 흙 같은 존재일 것이다. 사람에게 부모란 굉장히 중요하다. 이 세상에 좋은 부모, 나쁜 부모를 구분 지을 수는 없으련만, 부모의 정성과 사랑으로 자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그리 잘나지도 부유하지도 않았지만 무엇보다 예의를 우선시 하는 부모밑에서 예의 바르게 자랐으니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가?
황토(黃土)라고 사람에게 이롭다는 누런 빛깔의 흙, 사람은 땅을 밟으며 흙 가까이에 살아야 건강에 좋다고 한다.
"아버지, 어머니 흙 밟으러 가십시다. 그리고 먼 훗날, 세월을 감출 수 없이 당신네들의 주름들이 말해 주는 때가 오면 한적한 시골 마을에 황토로 흙집을 만들어 드릴 테니 오순도순 두 분 함께 곱고 예쁘게 늙어 가십시오."



차하-경주시 황성동  이재순



사람은 죽으면 다 흑이 되능겨, 나중에 내가 죽으면 흙이 될 텡게. 니는 그 흙을 밟으며 살어. 사람이 흙과 멀어지면 제대로 못 사능겨, 나를 보듯이 흙을 보며 살어. 알겄쟈?"
할머니는 나만 보면 그 뭉툭하고 거칠은 손을 내 볼에 비비며 습관처럼 그렇게 말하셨다. 나는 그저 생각없이 '사람은 죽으면 흙이 되나 보다'했다. 흙을 밟을 때마다 이것은 누가 죽어서 된 것일까 생각하곤 했다.
어느 해 유난히도 가물어서 논밭이 메말라 갈라지던 해 할머니는 목숨보다 귀애하던 큰 자식을 잃었다.
할머니는 그 마른 노구를 끌고 아들의 손을 하염없이 쓸어내리며 까무룩 정신을 잃으셨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는데 그 야윈 가슴 어디쯤에 흙이 된 아들을 묻고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계신걸까?
이제는 나도 한 가정을 이루고 엄마란 이름으로 살고 있지만 아직도 흙을 밞을 때마다 할머니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
'나를 보듯이 흙을 보거라'
삭막한 회색 아파트에 살지만 주말마다 흙을 가꾸고 살고자 하는 것은 그 마음 그대로 간직한 채 살고 싶기 때문이다. 이 다음에 내가 흙으로 돌아간다면 내 아들도 나를 추억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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