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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동리.목월백일장 입상작 <대학일반/산문>
문학관  2007-05-13 13:40:20
장원-대구광역시 남구 봉덕3동 권소연

에드벌룬

“이모, 저거.” 조카가 떼를 쓴다. 녀석이 가리킨 곳에는 색색가지의 풍선들이 모여 있다. 특별히 언니 대신 조카를 하루 돌봐주기로 한 터라 놀이동산에 데리고 나왔다. 아이들이  많이 보이는 곳에 가 보면 으레히 보이는 풍선들, 늘 부풀어져있고 위를 향해 떠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풍선이 우에 그리 신기한지 조카는 볼 때마다 조르기 일쑤다. 결국 하나 사서 손에 쥐어준다. 여름 햇빛에 부서지는 파도만큼이나 시원하고 파란 빛을 띠는 풍선은 조카의 기분만큼이나 높이 솟아오른다. 풍선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듯 폴짝폴짝 뛰어가는 녀석을 보니 참 어리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슬며시 입가에는 웃음이 온다. 생각해보면 어릴적의 나 역시도 풍선만 보면 어머니께 사달라고 졸랐었던 것 같다. 이미 오래 전 일이라 왜그렇게 보채었는지 생각나진 않지만 무척이나 갖고 싶어했던 기억만은 남아있다. 그 때보다 훨씬 모양도 다양해지고, 알록달록해진 풍선을 보고도 갖고 싶은 느낌이 안 드는 걸 보면, 풍선처럼 나도 변한 것인가 보다. 놀이기구를 타려고 줄을 섰다. 조카의 차례가 다가온다. 풍선을 들고 타기는 버거운 기구라 녀석은 불안한 듯 손에 쥐고 있는 고리만 만지작거린다. “이모가 들고 있을게,” 조카의 손에서 고리를 가져오려 하자,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설마 어른인 내가 아이인 저보다도 혹시 그 귀중한 보물을 날려버릴까 하는 생각에 기가 차지만, 녀석의 진진하고 걱정어린 표정에 맞장구를 쳐준다. “이모가 꼭 붙잡고 있을게. 걱정하지마, 만약에 놓치면 새 거 사줄게.” 그제서야 녀석은 적이 안심이 되는듯 손을 놓는다. 그 뒤로도 두 번 세 번 다짐을 받고서야 비로소 놀이기구 안으로 걸음을 떼는 녀석을 보니, 조그만게 욕심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원형으로 돌며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비행기를 타고 있는 조카를 향해 손을 흔든다. 녀석은 마치 자신이 조종사나 된 듯 재미가 났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비행기에 녀석의 모습은 금세 반대편으로 사라진다. 조카는 나타났다 사라졌다 신이 나지만, 나는 손을 들었다 내렸다 하품이 난다. 잠시 녀석이 저 뒤로 숨어버린 틈을 타 한 눈을 판다. 저 멀리 곡예를 하는 청룡열차가 보인다. 하늘까지 닿을 듯 올라가지만 곧이어 당으로 곤두박질친다. 소리가 내려오는 건지, 열차가 내려오는 건지 비명기차가 되어버린 그것을 바라보다 좀 더 높이 눈을 들어올린다. 에드벌룬이 떠 있다. 언제부터 무슨 축제를 한다고 길게 꼬리를 늘어뜨린 그것은 크기도 크기려니와 빛깔 또한 화려해서 한 눈에 시선을 확 잡아챈다. 멍하니 에드벌룬을 보고 있자니 언제 내렸는지 조카가 내 옆구리를 툭툭친다. “이모, 풍선 줘." 조카의 말에 문든 생각 하나가 떠오른다. 이제 나에게 풍선은 에드벌룬이라는 것을. 어쩌면 풍선은 내 욕망의 크기였는지도 모른다. 어릴적 나는 작은 풍선 하나에도 만족했지만, 지금의 나는 에드벌룬 정도나 되어야 눈길을 주었다. 작은것보다는 큰 것에 관심이 갔고, 소박한 것보다는 화려한 것이 흥미를 끌었다. 크고 화려한 것들에 밀려 작고 소박한 것들은 어느새 점점 뒷전으로 비켜나 버렸다. 내게서 소원해진 그것들은 과연 중요하지 않은 것이었을까. 쓰디쓴 약을 먹고 난 뒤 어머니가 입안에 넣어 준 사탕하나에도 행복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퇴그하고 돌아오시는 길에 아버지가 사다주신 책 한 권에도 기뻐하던 순간이 있었다. 훌쩍 커져버린 키만큼이나 내 욕심또한 훌쩍 자라나 있었던 것이다. 조카는 풍선이 달아날 새라 땀이 날만큼 손에 꼬옥 쥐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에드벌룬 역시 어딘가에 자신을 박고 있을 것이다. 어린 조카는 그만큼의 욕심을 손에 쥐고 있고, 나는 그만큼의 욕심을 마음에 박고 있다.


차상-경주시 동천동 문춘희

에드벌룬

앞베란다에 봄햇살이 비듬처럼 떨어지던 날, 일곱 살 배기 아들 녀석의 성화에 못이겨 봄나들이를 나섰다. 꽃잎들 여럿 우수수 길위에 떨어져 있고, 벚꽃들은 눈꽃처럼 흩날린다. 눈물처럼 연기처럼 떨어져 누운 꽃진 자리를 보니 문득 가슴이 아련해져와서 아들의 손을 슬며시 잡아 끌었다. 그때, “아, 어머니, 저기 좀 보세요. 하늘에 큰 풍선이 떠 있어요.” 아들은 한껏 들뜬 목소리로 높은 건물위를 가리켰다. 내가 살던 아파트 근처에 한창 공사 중이던 빌라가 드디어 담장을 짚고 불쑥 일어서 있었다. 공사 완공을 축하하느라 건물위엔 색색깔의 큰 에드벌룬이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었다. “ 그래, 에드벌룬이구나. 끈이 있으니 에드벌룬이지, 묶여 있으니 훨훨 춤을 출 수 있는 것이지. 줄도 끈도 없으면 저것은 한낱 고무에 불과하단다.” 아들은 내 말엔 아랑곳하지 않고 신이 나서 박수를 치며 에드벌룬을 쳐다보았다. 아들녀석과 에드벌룬을 번갈아 바라보다 나는 몇해 전 하늘 속으로 영영 날아가버린 큰 에드벌룬 하나를 떠올렸다. 아버지, 칠년 전 오랜 투병 생활 끝에 돌아가신 내 아버지! 아버지께서 피안의 세계로 에드벌룬처럼 날아가버린 날은 내가 아들을 출산한 바로 그 다음날이었다. 나는 딸 둘을 난산 끝에 낳고 또 아이를 가졌는데 유산기와 조산기가 있어 열 달 내내 살얼음을 걷듯 조심 조심 생활했었다. 그즈음 아버지께선 예전 공직 생활중에 다치셨던 다리 수술을 두 번이나 받으셨고 또 한 번의 다리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셨다. (불행중 다행으로 오래전 수술한 암은 재발되지 않았다.) 아들을 난산 끝에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한 그날 밤, 나는 이승과 저승의 문을 오며 들며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나는 가느다란 산소 유리판으로 세상과 소통하면서 생(生)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직 아들 녀석을 한 번도 품어보지 못했는데 이대로 줄을 놓아 버릴 순 없었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둘째와 다섯 살 배기 첫째가 내 명줄을 딱 거머쥐고선 놓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생사고비를 넘긴 다음날 아침 아버지께서 병실로 찾아오셨다. 목발을 짚으신 채로 아주 힘겹게 병실 문턱을 넘으셨다. “고생했다. 요즈음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해도 이서방집이 워낙 아들이 귀한 집이라. 이젠 어깨 펴고 살아라.” 그리곤 장미 꽃 한 송이를 건네 주셨다. 순간 슬몃 웃음이 나왔다. 평소 그렇게 엄하시던 아버지께서 장미꽃이라니……. 그것이, 바로 그 말씀이, 생전에 내게 주신 마지막 말씀이 되실 줄이야……. 그리고 그 날 저녁 날아든 한 통의 비보. “아버지,돌아가셨다.” 그 비보는 예리한 칼날이 되어 내늑골 사이사이로까지 깊숙이 찔러대었다. 내가 열 달 내내 새 생명과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안간 힘을 쓰는 동안, 아버지께선 암이 재발되어 손을 쓸 수조차없게 되었고, 예전에 다친 다리는 걸을수 조차 없데 되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5남매 중 막내인 나만 모르고 있었고. 그리고 그날 아침, 생사의 고비를 넘긴 막내 딸을 보기 위해 그렇게 힘겨운 걸음을 병원으로 옮기신 것이었다. 아버지께선 막내딸을 보지 않고선 도저히 生의 끈을 놓지 못하셨던 것일까? 아, 아버지! 훨훨 날아서 하늘끝까지 가신 아버지. 큰 에드벌룬이었다. 한 점 점이 되어 버린 아버지. 아버지 가신 그 외로운 길, 언젠가 나도 가야 할 먼 길, 그러나 나는 아직은 큰 에드벌룬에 끈을 꼭꼭 묶어 놓는다. 아들녀석의 개구쟁이 웃음과, 딸래미들의 목젖이 보일만큼 크게 웃는 경쾌한 웃음과 남편의 넉넉한 함지막한 웃음을 에드벌룬에 함께 실어 저 멀리 멀리 날려보낸다.


차하-대구시 달서구 도원동 손동명

에드벌룬
오늘 우리 집에는 두 개의 에드벌룬이 떴다. 하나는 아들의 승품 심사요, 하나는 아빠의 백일장 출정이다. 남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우리가족의 마음에만 보이는 크고 하얀 풍선엔 희망이 주렁 주렁 달려 있다. 어릴적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삶의 저편에 밀쳐 두었다가 지천명에 미련을 펼쳐 든 나를 아내는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 본다. 어쨌든 글을 완성해서 제출은 하고 오라고 염려 섞인 격려를 했다. 남편의 용기가 별로 미덥지 못한 눈치다. 아들에겐 믿는다고 말했다. 자신있게 하라고 당부했다. 아내는 아들에게 아자까지 외치며 격려했다. 강하게 키울려고 아들을 태권 도장에 보낸지 2년 가까이 되었다. 초등 5학년. 너무 어린 나이인가. 소질이 없는건가. 남들보다 늦게 승품 심사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래도 아침에 아들과 굳은 악수를 했다. 서로 좋은 결과를 다짐하는 약속이었다. 구령소리 우렁차게 품새와 겨루기를 하고 있을 아들의 모습이 떠 오른다. 내일 날에 우리 집에 또 다시 두 개의 에드벌룬이 높이 높이 떴으면 좋겠다. 아들의 건강하게 자람을 알리는 풍선과 아빠가 열심히 글을 짓는 풍선이 꿈을 주렁 주렁 달고 떠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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